윤리 차원에서의 효문화를 생각한다.
이정식(목회학 박사, 대전효인성교육연합회 총회장)
효문화(孝文化)와 인류문화(人類文化)는 상생(相生)하는 공존 공생의 관계다. 가정의 가족관계에서 시작되어 이웃과 사회, 국가와 자연으로 확대되는 효는 인류문화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본디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이나 이상을 실현하고자 인간들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및 생활 양식이다. 이런 이유에서 효문화 또한 세상의 변화와 함께 진화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진화의 예가 한국효단체총연합회에서 ‘운영기조’로 삼고 있는 ‘3통7효’이다.
‘3통’은 종교를 초월하는 ‘통교(通敎)’, 이념을 초월하는 ‘통념(通念)’, 시공을 초월하는 ‘통시(通時)’이며, ‘7효’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의 효’, ‘부모․어른․스승 공경의 효’, ‘어린이․청소년․제자 사랑의 효’, ‘가족사랑의 효’, ‘나라사랑․국민사랑의 효’, ‘자연사랑․환경보호의 효’, ‘이웃사랑․인류봉사의 효’ 등 실천적 의미로서의 효를 일컫는다. 이는 전통적으로 여겨왔던 가족 중심의 ‘소효(小孝)’를 벗어나 ‘보편적 인류애’와 ‘자연사랑․환경보호’까지를 포함하는 ‘대효(大孝)’적 차원의 시각이다.
효문화와 인류문화는 인간이 견지해야 할 중요한 두 축이다. 이를 사람이 탄 기차에 비유하면 두 철길이요, 사람이 탄 자동차에 비유하면 차선과 신호등이다. 그러므로 효가 살아야 개인, 가정, 사회, 국가를 지탱하는 윤리가 살아날 수 있다. 공자는 “집에 들어가서는 효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가려 하며, 성실히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현자와 친해야 하며, 이것을 행하고 여력이 있으면 학문을 해야 한다.”고 하여 효에 기반한 학문을 강조한 바 있다. 이렇듯 효문화와 인류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인데, 이는 다음의 단어를 통해서 더 분명해진다.
우주에는 원리(原理), 하늘에는 천리(天理), 땅에는 지리(地理), 자연에는 순리(順理), 생명체에는 생리(生理), 물질에는 물리(物理), 사람에게는 심리(心理),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윤리(倫理), 창조주께는 섭리(攝理)가 있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이는 우주보다 보이지 않는 원리가 더 중요하고, 육안으로 보이는 하늘보다 보이지 않는 천리가 더 중요하며, 보이는 땅보다 보이지 않는 지리가 더 중요하고 보이는 자연보다 보이지 않는 순리가 더 중요하며, 보이는 생명체보다 보이지 않는 생리가 더 중요하고 보이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 물리가 더 중요하며, 보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 보이지 않는 윤리가 더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은 실체요, 보이는 것은 그의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한 것 중에 보이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물리의 연관 사례 한 가지를 제시해본다. 예컨대 어느 고층아파트, 고층백화점, 첨단교각, 끝이 안 보일 만큼 치솟은 타워 등은 참으로 아름답고 훌륭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삼품백화점 등은 왜 무너졌으며, 세월호의 참사는 왜 일어났는가를 되묻게 된다. 이는 한 마디로 물리에 맞지 않게 건축하였고, 물리에 맞지 않게 관리 운영했기 때문에 참혹한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건축이나 토목공사에는 당연히 철근, 시멘트, 공정, 공임을 물리에 맞게 써야 하는데, 인간의 탐욕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만 해도 외국에서 몇 년 쓰던 중고품을 사다가 한 층을 더 증축했고, 인원을 초과하여 승선시키고, 화물을 과적하면서도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인건비, 건축비가 아까워서 부실 공사, 부실 운영함으로 물리(공법)에 맞지 않게 적용한 것이 화근이 되어 일어난 만국적 참사였으며, 이는 이미 예견된 인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것에 미루어볼 때 모든 이치의 기본으로 작용하는 효의 소중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인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천륜 관계이므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윤리의 관계이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는 효를 크게 셋으로 분류했다. 첫째, 가장 큰 효는 부모의 뜻을 존중하는 것(大孝尊親)이오, 그 다음은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其次不辱)이며, 마지막은 부모님을 봉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其下能養)이라 하였다.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까지도 불변의 윤리라 할 것이다. 그리고 증자가 말한 효를 자식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효란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기쁘게 해드리며, 마음을 감동하시도록 해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효문화와 인류문화가 공존 공생하게 하는 길이다. 따라서 우리는 효를 더욱 바르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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