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진정한 소통을 통한 하모니

김수진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조교수)

얼마전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5060세대가 행복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핵심요소는 ‘충분한 대화’(37.5%)라는 응답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입니다. 서로 마주보며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 가족 간 대화 시간이 하루 평균 13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기사들을 보면 마음에 허전함이 일게 됩니다. 하루라는 시간을 살면서 가족 간에 대화 시간이 이토록 부재하다면 도대체 우리는 누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살아갈까요?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 볼만한 현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겪은 힘든 시간들, 특히 IMF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들 속에선 오히려 가족 간 대화 시간이 늘었다는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위기 앞에서 결국 가족은 함께 더 모이게 되고, 소통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함께 겪으면서 대화가 늘어나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된 것 입니다.

최근 남편과 함께 보게 된 영화 ‘코다(Coda)’는 가족간의 소통을 통한 분화와 성장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에 남는 잔상이 감동적이어서 찾아보니,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3개나 수상한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인 코다는 Children of dear adult의 줄임말로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말입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루비를 제외한 아버지, 어머니, 오빠 모두가 농인입니다. 유일하게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루비를 통해서만 이 가족은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어부로 살아가는 가족들은 바닷일을 할 때도, 잡은 생선을 팔 때도, 병원을 갈 때도 늘 루비와 함께 해야만 합니다. 그런 루비의 음악에 대한 재능을 알아본 음악교사를 통해 버클리 음대 입학시험을 보게 되면서 가족들은 다시 한번 위기를 느끼게 되지만, 결국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 속에서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크게 내딛게 됩니다.

영화를 통해서 가족간의 소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가족간의 소통을 위해선 마음이 연결되는 나눔이 필요합니다. 루비의 가족들은 전혀 들을 수 없는 농인입니다. 때문에 발표회에서 듀엣을 멋지게 하는 루비의 공연도 전혀 듣지 못하지만 가족들은 온 몸과 마음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소리가 아닌 다른 관객들의 환호성과 반응을 관찰하며 따라가고자 애를 씁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딸에게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며 딸의 성대의 울림을 느끼려 목에 두 손을 감싸 안고 눈을 감은 채 듣습니다. 단지 소리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닌 마음이 연결되는 소통이 중요함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둘째, 진정한 소통을 위해선 두려움을 넘어서 있는 그대로 서로를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루비는 어느 날 엄마에게 자신이 태어났을 때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랬었는지 물어봅니다. 엄마는 ‘들리지 않길 바랬어. 너와 우리가 다르지 않고 서로 공감되길 원했어. 하지만 너는 다른 점이 있지만 우린 가족이야. 엄마는 너가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라며 수어로 마음을 전합니다. 자신만 다른 존재로 여겨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루비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엄마도 마음을 열고 딸의 떨림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진정으로 서로에게 수용되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셋째, 각자의 성장과 분화를 인정해주는 신뢰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동생이 가족들 때문에 음악이라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려 하자, 오빠는 ‘넌 너대로 자유롭게 살아도 돼,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까리 잘 해 갈 수 있어. 오빠를 믿어도 괜찮아’라며 진심으로 응원을 해줍니다. 진정한 소통은 함께 머물 때만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있을 때에도 마음이 연결되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서로의 성장과 독립을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마음도 소통입니다.

영화는 결국 루비가 부르는 노래라는 ‘하모니’를 통해 마무리가 됩니다. 음악은 서로 다른 음정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하모니가 중요합니다. 가족 간에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서는 연결을 통한 진정한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내일부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가족에게 진심을 담은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