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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효이야기(8) : ‘애완 ․ 반려동물 49재’를 보면서 孝를 생각한다.

                                                                   김종두(한효총 사무총장,전 국방대/경민대/성산효대학원 교수)

근래 애완(반려)동물의 명복을 빌어주는 ‘49재’와 ‘천도재(薦度齋)’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심지어 명복을 비는 사람들을 위해 ‘축생법당(畜生法堂)’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며 왠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이별하면서의 애련(哀憐)함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인륜지사(人倫之事)’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49재’와 ‘천도재’는 사자(死者)의 명복을 빌어주는 불교의 장례의식이나 종교를 떠나 전통문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애완(변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유골함을 집에 보관할 정도로 이별을 힘들어하지만 ‘49재’와 ‘천도재’를 통해 치유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본디 애완(愛玩)은 “사람이 좋아하는 동물 등을 가까이에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 반려(伴侶)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둬서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이다. 그래서 ‘애완동물’은 어린이와 젊은 계층에 어울리고 ‘반려동물’은 노인 계층에 어울리는 단어로 볼 수 있다. 실제 애완동물을 키우면 아이들의 정서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반려동물은 노인들에게 정서적 지원과 신체 활동의 증가, 그리고 스트레스 감소와 외로움을 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애완(반려)동물이 가족이 될 수는 없다.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현재 급격히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화하면서 부모나 조상에 대한 추모 형식이 3년 상에서 1년 상, 또는 49재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도 애완(반려)동물의 경우는 49일이 되기도 전에 축생법당을 10번 이상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3년 동안 젖을 먹여 주시고 애지중지 키워주신 은혜에 대한 추모(追慕)는 자식의 도리임에도 오히려 외면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심화와 무관치 않겠지만 가족사랑과 가정윤리로 작용하는 효, 즉 내리사랑 ․ 올리효도를 교육하는 일에 소홀히 해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가족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설문해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족이 아니라고 보는 반면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가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기본이 흔들리는 교육 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데, 행복 연구가들은 “행복은 가족관계에서 시작된다. 가족관계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부부(夫婦)관계보다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부자(父子) 관계에서 오게 된다.”고 한다. 공자가 친친애인(親親愛人)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애완(반려)동물에 대한 추모 행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조상에 대한 추모가 먼저라는 점이다.

인간에게 주는 행복은 여러 요인에 의해 다가오지만 ‘가족관계’를 통해서 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42년 동안 성인발달연구 총책임자로 활동하면서 『행복의 조건』, 『행복의 비밀』, 『행복의 완성』 등을 저술한 조지베일런트 교수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수많은 요소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가족관계’라고 했다. 그런데 가족관계를 잇게 해주는 가치이자 덕목이 효라는 점이다. 효는 덕(德)과 인(仁)을 이루는 근본이라는 공자의 주장처럼 인간관계는 ‘덕성(德性)’과 ‘인자(仁慈)’함이 기본으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행복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오고 그 시작은 가족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갑작스레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선호하는 문화적 풍토가 형성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물질을 중시하는 관념은 결국 정신에서 오고, 정신이 결여된 물질적 욕구는 또다른 결핍을 불러오며, 그 결핍은 삶의 에너지를 잃게 한다.”고 했다. 인간의 삶에서 어느 정도의 물질은 필수이지만 정신이 결여된 물질욕은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효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孝德之本也 敎之所由生也).”는 『효경』, “무릇 효라는 것은 선인(부모, 조상)의 뜻을 잘 계승하며 세상에 그 뜻을 잘 펼치는 것이다(夫孝者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者也).”라는 『중용』에서 그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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