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효이야기(7) :효HYO는 ‘부자父子윤리’인가, ‘자녀子女윤리’인가?

요즘 KBS2TV에서 방영되는 《효심이네 각자도생》이라는 주말 드라마가 있다. 저녁 시간대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고, ‘효심(孝心)이네...’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효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방송국 측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 드라마 내용을 통해서 ‘부자윤리[효]’와 ‘자녀윤리[효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드라마에서 묘사되고 있는 가정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효심’이네 가족이고, 또 하나는 효심이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태산구룹 자녀인 ‘강태호’네 가족이다. 효심이네는 빌라에 세 들어 살면서 홀어머니와 4남매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이고, 강태호네는 할머니가 큰아들 내외로부터 감금당할 정도로 패륜적이며, 감금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해서 살아가는 줄거리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은, 효심이네 가족은 4남매(3남1녀)를 둔 홀어머니(윤미라)와 큰아들 내외(남성진, 임지은), 둘째 아들(설정환), 셋째아들(김도연), 딸 효심이(유이) 등 다섯 식구인데, 딸이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유일하게 결혼해서 1남1녀를 두고 있는 큰아들 내외는 학군이 좋다는 강남구로 이사해 살면서 자녀교육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딸(이가연)을 의사로, 아들(이주원)을 골프선수로 키우려는 엄마의 헛된 욕망 때문이다.

강태호네 가정은 태호의 할머니(정영숙)를 기준으로, 큰아들(김규철)과 며느리(이휘향)에게서 난 큰 손자(고주원)와 손녀(김비주), 작은아들에게서 난 손자(하준)가 가족이다. 그러나 이 가정은 큰며느리의 과욕으로 시어머니(정영숙)를 감금하는 등 패륜을 저지르고 있으며, 태산구룹 오너였던 작은아들 내외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자 구룹을 차지하려는 큰며느리의 과욕을 그리고 있다.

필자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일반 시청자들이 부자(父子)관계 윤리인 ‘효(HYO)’와 자녀(子女)관계 윤리인 ‘효도’를 구분하면서 시청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0회분 중 현재 23회분까지 방영된 상태라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줄거리를 통해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효’와 ‘효도’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것이다.

먼저 ‘효(HYO)’, 즉 부자(父子)관계 윤리의 관점이다. 부자관계 윤리는 부모의 내리사랑과 자녀의 올리효도를 뜻한다. 드라마에서 효심이네는 홀어머니가 남편이 행방불명된 상태에서 헌신적으로 자녀를 성장시킨 장한 부모로 살아가지만 4남매가 보여준 어머니에 대한 효도는 큰아들(남성진)과 딸(유이)을 제외한 두 아들[둘째, 셋째]과 며느리는 현대판 불효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효(HYO)’는 ‘시간적 의미’와 ‘공간적 의미’, 그리고 ‘행복의 조건적 의미’로 구분해석할 수 있다. 시간적 의미로 보면 ‘HYO’는 Harmony of Young & Old의 약자로서 부모와 자녀의 하모니를 뜻하고, 공간적 의미로 보면 Harmony of Your & Our의 약자로 당신들과 우리들의 하모니를 뜻한다. 그리고 행복의 조건적 의미로 보면, Happy of Young & Old, Happy of Your & Our의 약자로, 자녀와 부모의 행복, 당신들과 우리들의 행복을 의미한다.

다음은 ‘효도(filial piety)’, 즉 ‘자녀(子女)윤리’의 관점이다. 여기서는 효심이네 자녀들이 홀어머니에게 하는 효도, 강태호 가정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효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식 입장의 효도는 3단계로 볼 수 있는데, 부모님께 걱정끼쳐 드리지 않는 ‘낮은 단계의 효’로 보면, 효심이네 가정에서 큰아들과 딸은 그런대로 효도를 하고 있지만 둘째와 셋째아들은 걱정 끼칠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고시원에서 고시 공부를 하며 사고 치는 둘째 아들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건달로 지내는 셋째 아들은 불효 중의 불효다. 그러니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는 ‘높은 단계의 효’와 스스로 잘되어 가는 ‘더높은 단계의 효’는 기대하기 어렵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기 있지만 그중 분명한 것은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가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행복 연구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그리고 가족간 행복은 '일방향의 효'가 아닌 ‘하모니 효’를 통해서 온다. 부모는 자식을 위하고, 자식은 부모를 위하는 하모니 효를 이웃으로 확대하고, 학교와 직장으로 확대한다면 우리 사회와 학교, 우리의 직장은 즐겁고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