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효이야기(2) : ‘효의 3단계’, 그리고 ‘자식’의 효와 ‘부모’의 효

                                                                    김종두(한효총 사무총장,전 국방대/경민대/성산효대학원 교수)

필자가 효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35년의 직업군인 생활과 연관이 깊다. 사관생도 시절, 아침점호행사 때 부모님께 마음으로 문안 인사를 드리는 고향예배 시간, 그리고 일과 후 잠자리에 들기 전 내무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효음악을 들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불효에 대한 뉘우침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어버이날에는 ‘어머니 마음’ 노래를 부르면서 부모님 생각에 동료 생도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장교로 임관하고 나서 장병들에게 효를 가르쳐야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낮은 단계’, ‘높은 단계’, ‘더 높은 단계’의 효를 강조하게 됐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있듯이 군대는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곳이고, 그래서 효교육의 효과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부모님 슬하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지만 군대는 그렇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연유에서 ‘3단계의 효’를 내세워 강조하게 되었다.

3단계의 첫 번째인 ‘낮은 단계의 효’는 부모님을 걱정끼쳐 드리지 않는 군생활이고, ‘높은 단계의 효’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군생활이며, ‘더 높은 단계의 효’는 향후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이르도록 시간을 아끼며 스스로 노력하는 군생활이다. 이런 방식으로 효교육을 꾸준히 추진했던 결과 무사고 부대 육성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부대로 선정되는 등 매우 순탄하게 부대를 지휘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효교육 방식을 모두가 긍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어떤 상급자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고리타분한 효교육이냐?”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효에 대한 잘못된 패러다임을 전환케 하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하게 되었고, 효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게 되었다.

패러다임은 ‘어떤 사안에 대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이자 ‘삶의 방식을 조율하는 의식의 지도(mind map)’을 말한다. 세상을 바라볼 때 어떤 색깔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노랗게도 보이고 빨갛게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효를 보는 관점도 각기 다를 수 있으며, 효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효는 아들의 입장과 딸의 입장이 다르고, 며느리와 아들의 입장이 다르며, 아들과 손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효를 부모와 자식이 하모니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보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가치로 보지만, 또 어떤 사람은 조선시대 충효이데올로기의 잔재로 보아 불필요한 가치로 보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인성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인성교육 8대 덕목 중에서‘효’와 ‘예’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부 지식인(대학교수)이 있었는데, 이 또한 잘못된 효 패러다임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칸트는 『인식론』에서 “인식이 대상을 결정한다.”고 했다. 예컨대 흑판에 원(o)을 그려 놓고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느냐 ?”고 물으면 배고픈 사람은 빵으로, 운동선수는 공으로, 식당업을 하는 사람은 사발로, 포수는 총구로 보인다고 답한다.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나오는 것인데, 사람은 ‘감성’, ‘지성’, ‘이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감성(感性)은 수용성, 즉 보고 느끼며 받아들여지는 감각 자료(sense data)화되는 단계이고, 지성(知性)은 감각된 자료를 정리 정돈해서 질서를 부여하는 단계이며, 이성(理性)은 이것들을 판단하여 체계화하는 단계로, 이를 통해서,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전에서 밝힌 효에 대한 설명은, ‘효는 덕의 근본’(孝德之本)이라는 『효경』,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라는 『성경』, “부모가 사랑한 바를 사랑하고 공경한 바를 공경하라[愛之敬之]”는 『소학』, “가장 큰 효는 부모를 부모의 뜻을 존중하는 것[大孝尊親]”이라는 『예기』, “부모의 뜻을 어기지 않는 것[無違]”이라는 『논어』, ‘양구체(養口體)’의 효보다 ‘양지(養志)’의 효, 즉 “물질적 봉양보다도 뜻을 봉양함이 중요하다.”는 『맹자』 등 매우 다양한데, 정신적 효를 강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은, 효를 행하는 자식은 미혼(未婚)의 10대, 20대, 30대만이 아니라 기혼(旣婚)의 40대, 50대, 60대, 70대의 자식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60대 자식이 해야 할 효는 부부간 화목과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함으로써 부모를 걱정끼쳐 드리지 않고 기쁘게 해드리는 효이어야 한다. 때문에 효는 내리사랑과 올리효도 의미를 모두 포함하며, 또한 자식으로서만 아니라 부모로서도 ‘3단계의 효’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살아계신 부모님만이 아니라 돌아가신 부모님의 뜻을 생각하면서 계지술사(繼志述事)의 효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