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교육이 사는 길(4) : 교화(敎化) 과정의 중요성 

교화(敎化)는 좋은 방향으로 가르치고 이끌어 나간다는 뜻이다. 효교육에서 교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정의행(知情意行)’의 과정 때문이다. 교육은 본디 알려줘서(知) 느끼게 하고(情), 다짐해서(意) 행동으로(行) 나타나도록 하는 과정(process)이다. 필자는 15년 전쯤, 대학에 개설된 효충사관과 교수 겸 학과장으로 보직을 받으면서 “어떤 책을 대학교재로 삼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살피던 중에 『인성교육론』 책에서 ‘교화의 과정’을 발견하고 효교육에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남궁달화)는 교화 과정에 대해 “인성교육은 가치교육이다. 즉  ‘知(지/앎)’→ ‘情(정/느낌)’→ ‘意(의/다짐)’→ ‘行(행/실천)’의 과정에 맞춰 효가 무엇인지를 알게(知)하고, 그 느낌(情)을 받게 하여, 각자가 효도하겠다는 다짐(意)을 하게 하면 스스로 실천(行)하게 된다. 여기서 ‘지정의행’을 가치의 구성요소라고 한다.”로 설명하고 있다.

효교육과 인성교육은 덕(德)을 함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孝德之本也 敎之所由生也).”는 『효경』, 그리고 “인성교육은 덕을 가르침으로써 인격을 형성하려는 의도적 노력이다.”라는 토마스 리코나의 견해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지(知)’와 ‘정(情)’이 교육자의 영역이라면, ‘의(意)’와 ‘행(行)’은 피교육자의 영역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지정의행’을 ‘교화의 과정’으로 명명(命名)하고, 이를 기반으로 『효교육론』과 『효인성교육론』을  집필한 바 있다.

첫째, ‘知[앎]’의 단계이다. 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알려준다’는 의미는 ‘관계의 도리’를 알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귀로 들어서 알게 하는 ‘청지(聽知)’보다 눈으로 보아서 알게 하는 ‘시지(示知)’가 중요하다. 『논어집주』에도 “말로 가르치면 따지고 몸으로 가르치면 따른다(以言敎訟 以身敎從)”고 했다. ‘본보기’를 통해 ‘앎'으로 체화되도록 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람에게는 이마 뒤편 뇌에 ‘거울신경(mirror neuron)’이 있어서 누군가를 닮아가려는 속성이 있다. 가정에서 부모, 학교에서는 교사를 본받아 흉내 내고, 이것이 습관화되면서 학습으로 이어진다. 우리 속담에도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 “교사(리더)는 어항 속의 금붕어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1795년 프랑스의  '아베롱 숲'의 '야생소년' 사례, 그리고 1920년 인도의 '벵골 계곡'에서 발견된 '늑대 소녀 자매' 사례는 바뀐 환경에서 '앎(知)이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사망했듯이, 인간은 '인간다움'을 본받는 '앎'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 ‘情[느낌]’의 단계이다. 이는 “어떤 장소에서 어느 시대,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느낌을 받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어머니 마음’이라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깊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보기(modeling)’ 기능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중요하고, 이런 이유로 어린 시절의 독서를 통해 자신의 모델과 가치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에게는 비싸고 맛좋은 사료를 사다주면서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냉대하는 부모를 본 자녀는 결고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 이런 이유에서 14C의 「삼강행실도」,  18C의 「오륜행실도」 등의 무분별한 사례를 효교육에 인용하면 '느낌(情)'을 주기 어렵다.

셋째, ‘意[다짐]’의 단계이다. 이는 “누굴 통해,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다짐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다짐한다는 것은 느낌 받은 것을 마음으로 굳게 결심하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나를 건강하게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려야 한다.”, “아, 난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굳은 결심이다. ‘정의(情意)’과정을 통해 체화(體化)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효자 집안에서 효자 난다.”고 여기는 이유는 부모의 바른 모습이 ‘지(知)’와 ‘정(情)’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넷째, ‘行[실천]’의 단계이다. 이는 “왜, 무엇으로, 어떻게 효를 실천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효가 무엇인지를 ‘알고(知)’, ‘느낌(情)’을 받아서, 스스로 ‘다짐(意)’한 결과가 ‘행(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즉 ‘지정의(知情意)’의 결과가 절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효는 실천이다.”를 강조한다 해서 실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정의’를 기반으로 절로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효교육과 인성교육은 ‘거울신경(mirror neuron)’의 작용과 함께 ‘링거링 효과(lingering effect)’와 ‘핵심가치(core value)’의 작용이 중요하다. ‘링거링 효과’는 교육의 좋은 결과가 오래오래 남는 것이고, ‘핵심가치’는 말 그대로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를 말한다. 사람에게는 주변 환경이 아무리 변하더리도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핵심가치를 필요로 하는데, 그 가치가 ‘효(孝, HYO)’다. 그래서 효는 교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핵심가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