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교육이 사는 길(3) : ‘효’ 용어의 정립 노력

김종두(한효총 사무총장, 전 국방대/경민대,성산효대학원 교수)

서양 격언에 “지혜는 용어의 정의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을 빌리면 효를 어떻게 정의(定義)하느냐에 따라 효를 인성교육과 연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출산장려와 고령사회 문제 등 국가적 현안 과제를 극복하는 지혜로 작용할 수 있게도 되고 없게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어사전에는 효를 ‘어버이를 잘 섬기는 일’, ‘부모를 봉양하고 마음 편히 모시는 일’ 등 ‘효도’와 같은 의미로 나와 있어서 그 정의가 온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효행장려법」 제2조(용어)에도 “효란 자녀가 부모 등을 성실하게 부양하고 이에 수반되는 봉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처럼 효를 부모 부양(扶養)으로 표현한 것은 적절치 않다. 부양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거나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을 돌본다는 의미인데 부모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대한 보답의 대상이지 부양의 대상은 맞지 않은 것이다. 용어 정의가 잘못되면 ‘효교육’과 ‘효도교육’, ‘효문화진흥원’과 ‘효도문화진흥원’, ‘효복지’와 ‘효도복지’, ‘효대학원’과 ‘효도대학원’, ‘효리더십’과 ‘효도리더십’ 등에 대해서도 분별이 되지 않고 효를 교육하거나 문화로 진흥하는데도 혼란을 줄 수 있다.

다산은 「자설(字說)」에서 “글을 짓고 문장의 뜻을 이해하며 해독하려면 글자의 구성원리를 알고, 글자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효(孝)’와 ‘효도(孝道)’가 갖는 글자의 구성원리와 그 의미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효도’는 ‘효’에 포함되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면에서 구분 지어져야 한다.

첫째, ‘방향성’ 측면이다. ‘효’는 가족사랑, 가정윤리, 세대공감 등으로 표현됨에서 알 수 있듯이 상호적이고 쌍방향적인 반면에 ‘효도’는 자식이 부모에게 향하는 공경과 정성이라는 점에서 수직적이면서 일방향성이다.

둘째, ‘대상’이 다르다. ‘효’의 대상은 부모 형제 자매 등 가족구성원 모두가 해당되지만 ‘효도’의 대상은 부모, 조부모 등 웃어른을 대상으로 한다.

셋째, ‘영문표기’가 다르다. ‘효’는 ‘태권도(taekwondo)’, ‘김치(kimchi)’, ‘불고기(bulgogi)’ 등과 같이 우리 발음 그대로 ‘HYO(효)’로 표기하지만, ‘효도’는 filial piety, filial duty 등으로 표기한다.

이런 내용은 『성경』, 불교경전, 유교경전 등에도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앞글(2)에서 다룬바 있다. 특히 『효경』에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孝德之本也 敎之所由生也).”고 했는데, 여기서 ‘효’는 ‘효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효가 덕의 근본이 되고, 교육의 원천(源泉)이 되는 이유는, 효가 하모니를 기초로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모니는 ‘조화로움의 추구’, 조화(調和)는 ‘잘 어울리는 상태’의 의미로 보았다. 효에 대해 퇴계는 ‘백행지원(百行之源)’, 율곡은 ‘백행지수(百行之首)’라고 했는데, 여기서 ‘백행(百行)’은 효가 모든 행동의 근본으로 작용됨을 뜻한다. 그러므로 효는 양방향성으로 작용되는 ‘하모니의 효’로 해석되어야 한다.

‘효(HYO)’는 ‘협의(狹義)’와 ‘광의(廣義)’로 정의된다. 여기서 HYO는 Harmony of Young & Old의 약자이므로 ‘H’ · ‘Y’ · ‘O’를 순서로 하면, 협의의 효는 ‘하모니(H)를 추구하는 자녀세대(Y)와 부모세대(O)의 조화적 노력’이고, 광의의 효는 ‘하모니(H)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Y)와 노년 세대(O)의 조화적 노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듯 효는 양방향성인 반면 ‘효도’는 ‘부모에 대한 사랑과 정성’ 등 일방향성인 것이다. 효를 ‘관계중심의 하모니 윤리’라면 효도는 ‘혈연중심의 가족윤리’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자식이면서, 자식의 부모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부모 섬김’의 용어에는 자신의 자식을 사랑하고, 형제간 우애를 유지하는 것이 포함된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형제의 우애가 없는 사람은 진정으로 부모를 섬긴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다산은 “자식에게 원하는 바대로 부모를 섬겨야 한다(所求乎子以事父).”라고 했다. 이렇듯 효는 하모니를 추구하는 조화적 노력의 의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