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교육이 사는 길(1) : 효 인식의 문제

‘효교육’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고생보다 더 중요한 교육은 없다.”는 격언이다. 필자는 효를 교육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효교육을 왜, 하느냐?”는 핀잔을 많이 들었다. 심지어 ‘효’를 ‘다른 말로 대체해 보라’는 동정심을 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군(軍)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계급 사회라는 구조적 특성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야말로 ‘고생’ 덕분이다. 필자가 보기로 현시점에서 효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장애(障礙)는 효에 대한 인식(認識)의 문제라고 본다.

칸트는 “인식이 대상을 결정한다.”고 했다. 흑판에 ‘원(O)’을 그려놓고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느냐?”고 물으면 배고픈 사람은 ‘빵’으로, 포수는 ‘총구’로, 운동선수는 ‘공(球)’으로, 식당업자는 ‘사발’로 보인다고 답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색깔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노랗게도, 빨갛게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현상은, 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근자에 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효행장려법과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된 탓도 있지만 기본이 흔들리는 세태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비록 일부이지만, 최고의 지식인이라는 대학교수들까지도 효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탓이라고는 해도 소위 교육의 일선에 있는 교육 전문가라는 사람이라는 게 문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사례는 모 대학의 교육학 교수 출신의 국회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에 명시된 ‘8대 덕목’에서 효는 배제시켜야 한다.”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일이다. 필자가 의원실에 찾아가 “인성교육은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가정교육은 보편적 가치인 효를 기반으로 하는데, 효를 빼야 한다니 어떤 근거로 그렇게 하려합니까?”라고 묻자 “대학의 교육학 교수와 윤리학 교수들의 자문에 따른 결과입니다.”라는 대답이었다. 이 문제는 ‘한국효단체총연합회’와 ‘성균관’, ‘대한노인회 중앙회’ 등이 함께 적극적으로 그 정당의 본부에 항의함으로써 개정안은 취소되었지만, 그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두 번째 사례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자 군(軍)에서도 “군대 인성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때 모 대학의 군사학과 현직 교수(대령출신)가 주제발표에서 “인성교육 8대 덕목[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협동, 소통]에서 ‘효’와 ‘예’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는 현재의 국방부 인성교육 지침에 ‘효’와 ‘예’가 빠진 상태로 인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사례는 대학총장 출신의 국회의원이 효교육을 외면했던 내용이다. 이때는 ‘효행장려법’이 제정되고 난 이후라 효교육에 희망을 가지던 때였다, 이 무렵 대학총장 아들을 둔 대학설립자가 아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중진의원으로 활동하게 되자 “국회에 등원하면 이번 기회에 효가 교육에 반영되도록 힘써 보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효교육 얘기하면 유권자들의 ‘표’가 다 떨어져 나가요”라면서 거절했던 내용이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인식은 ‘감성(感性)’, ‘지성(知性)’, ‘이성(理性)’이라는 기본구조에 의해서라고 한다. 여기서 ‘감성’은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성질이고, ‘지성’은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지적인 사고에 의해 질서와 조화를 유지하는 성질이며, ‘이성’은 진위(眞僞)와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고 체계화하는 성질을 뜻한다. 

앞서 대학교수들의 잘못된 ‘효 인식’처럼, 효를 가르치는 가정의 부모, 학교의 교사, 교육부 관계자, 효행장려법 업무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효 인식’이 바르지 않다면 효교육은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필자가 수년 전부터 “효(孝, HYO)와 효도(孝道, Filial piety)는 의미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만일에 효교육을 다루는 ‘효대학원’과 ‘효도대학원’, ‘효문화진흥원’과 ‘효도문화진흥원’이라는 이름은 그 역할과 임무가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다.

공자는 “알아야 면장(免牆)한다.”고 했다. 밤길을 걸을 때 앞에 담장이 있는 것을 모르고 걷다가는 얼굴을 다치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고 아들[鯉]에게 일러준 말로 『논어』 「양화편」에 나온다. 그리고 조선후기 정조대(代)의 문장가인 유한준(俞漢雋)은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즉 “알아야 참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효를 알지 못하면 효를 설득하는 일, 효를 교육하는 일은 요원(遙遠)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식은 중요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