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해야 산다. 

김덕균(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국 전설 속의 지도자 순(舜)임금 시대 이야기다. 예로부터 중국은 황하의 물길을 다스리는 자가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오죽하면 다스린다는 뜻의 치(治)자에 물(氵)이 들어갔을까. 그만큼 끝없이 물을 쏟아내는 황하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순임금도 황하 물줄기를 다스리기 위해 당시 치수 관련 최고 전문가 곤(鯀)이란 사람을 기용했다. 곤은 넘치는 물을 관리하기 위해 곳곳에 댐과 벽을 쌓았다. 막는 방법으로 물을 다스리고자 했다. 하지만 넘치는 물은 번번이 댐과 벽을 허물어뜨렸다. 흐르던 물을 막아 놓았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컸다. 곤의 치수사업은 실패했고, 순임금은 그를 처형했다. 

순임금은 우(禹)란 사람을 다시 치수전문가로 기용했다. 공교롭게도 우는 곤의 아들이었다. 우는 아버지가 실패한 치수사업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거기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업을 이어받았으니 얼마나 부담이 컸을까. 아버지를 처형시킨 순임금에 대한 원한도 대단했으리라. 그렇다고 맡겨진 치수사업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가 했던 방식을 재검토했다. 그리고 막는 방식보다는 열어놓는 방식을 선택했다. 곳곳에 수로를 내고 물길을 터놓았다. 홍수에 시달리던 중국은 드디어 안전한 나라가 되었다. 우는 보기 좋게 치수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아버지 곤은 막는 방법을 써서 실패했다면 아들 우는 물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치수에 성공한 우는 결국 순임금의 뒤를 이어 왕이 됐다. 요순시대를 이어간 우임금이다. 성공적인 치수사업으로 중국 최고의 지도자가 된 것이다. 

우리 전통사회 삼강(三綱) 윤리가 있다. 군신, 부자, 부부간의 윤리를 벼리 강(綱)자로 엮어 놓았다. ‘벼리’란 고기 잡는 그물 위쪽 코를 꿴 굵은 줄이다. 벼리가 있어야 펼쳐진 그물을 한데로 모을 수 있다. 한마디로 옥죄는 역할이다. 윤리적으로 규제, 단속하는 것이다. 한무제가 주변 나라를 정복하고 강력한 통치 질서를 위해 만든 강령이다. 강령을 만든 사람은 동중서란 유학자였다. 그는 다섯 가지 윤리(五倫) 가운데 특별히 군신, 부자, 부부관계만을 따로 떼어서 이런 규제조항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규정 이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었다. 소통의 단절이다. 거기서 신하, 자녀, 아내는 군주, 아비, 남편의 희생양이 되었다. 

현대사회 효는 ‘삼통(三通)’으로 말할 수 있다. 일명 ‘통이론’이다. 종교간, 세대간, 이념간 소통의 중심에 효문화가 있다. 각 종교문화에 효는 필수사항이다. 한동안 유교로부터 불효종교라 오인된 기독교의 십계명에는 효를 신의 명령으로 규정했다. 유교보다 더 강력한 효문화를 명시한 것이다. 부모자녀 관계는 물론 모든 인연으로부터 해방되어야 궁극적 경지를 추구할 수 있다는 불교에서 ‘부모은중경’이란 절절한 효문화가 나왔다. 효문화의 보편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통교적(通敎的) 가치의 중심에 효문화가 자리한 것이다. 

다음은 세대간 소통의 중심에 사랑과 공경의 효문화가 있다. 세대를 이어주는 가치가 효문화란 것이다. 세대라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효문화가 자리하고 있으니 효는 통시적(通時的)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효문화는 이념적 세계를 초월한 가치가 있다. 보수 진보할 것 없이 효문화는 공동의 가치이다. 남북한 공동의 관심사도 정치, 경제, 군사 그 어느 것도 아닌 가정사에 있다. 지금껏 남북한을 뜨겁게 하나로 엮은 것이 있다면 이산가족상봉이다. 사랑과 공경을 매개로 한 효문화가 세계 유일의 이념대립국가 남북한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남북을 하나로 엮어줄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가치는 통념적(通念的) 효문화에 있다. 

이렇듯 효문화는 통교, 통시, 통념의 특징을 갖고 있다. 앞서 곤의 물을 막는 방법은 동중서의 삼강이론과 가깝다. 자연스런 흐름을 막고 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것이 그 중심이다. 우는 물을 막지 않고 흐르게 했다. 이는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통이론’과 가깝다. 

그동안 우리 사회 막혔던 담을 털어내야 한다. 종교간, 세대간, 이념간 막혔던 담을 헐고 소통해야 한다. 종교간 장벽도, 젊은 세대와 장노년 세대간 차이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의 미래가 있다. 희망이 있다. 바로 거기에 인류의 행복이 있다. 그 중심에 통이론, 효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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