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효,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Ⅶ)

< 효를 함께하기 위한 시대적 정의(定義)와 적용의 확대 >

김종두(효학박사, 한효총 사무총장)

효는 온 세상 사람들이 함께해야 할 가치이고 덕목이다. 그래서 ‘함께하는 효’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게 정의(定義, definition)하고, 이를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定義)’는 사전적으로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도 조선시대의 ‘삼강행실도’와 ‘오륜행실도’ 등의 내용을, 효(HYO)와 효도(filial piety)를 의미상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정의하고, 적용함으로써 혼란을 주고 있다.

비근한 예로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 2조(용어의 정의)에 “효라 함은 자녀가 부모 등을 성실하게 부양하고, 이에 수반하는 봉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는데, 이는 올바른 정의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효는 ‘부양(扶養)’과 ‘봉사(奉事)’보다 ‘공경(恭敬)’과 ‘사랑’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효단체총연합회’ 홈페이지의 ‘함께하는 효’ 코너에도 ‘효 칼럼’, ‘효와 교육’, ‘효의 실천’, ‘효와 복지’, ‘효와 리더십’, ‘효와 상담’, ‘효와 문화’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여 싣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효와 교육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교화육성(敎化育成)의 줄임말인 교육(敎育)은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교육의 세 마당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또한 교육은 올바른 사람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며, 가정교육을 이끌어주는 보편적 가치가 바로 효이다. 『효경』 첫 문장에도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고 하여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효 실천의 중요함이다. 효의 실천은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왜냐하면 실천에 앞서 감정과 상황이 개입되기 때문인데, 이는 자식의 입장에서 자신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모를 리 없지만, 효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효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이(李珥)도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를 행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의 은혜를 깊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효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효 교육은 ‘지(知)→ 정(情)→ 의(意)→ 행(行)’이라는 교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즉 효를 바르게 알려주고(知), 느끼게 하며(情), 다짐하게 한 연후(意)에 절로 실천으로 옮겨지도록(行) 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복지(福祉)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복지는 복되고 복된 삶, 즉 행복한 삶을 뜻한다. 인간의 행복은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다가오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주고 근본이 되는 요인은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가족사랑을 의미하는 효를 복지와 연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이런 점에서 ‘사회복지’는 ‘사회적 효’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넷째, 리더십과의 연계성 때문이다. 리더십의 수많은 정의 중에 하나는 “리더십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다.”라는 표현이다. 즉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같아지게 하는 노력[同欲]’이 리더십이다. 우리는 대체로 효행자를 보면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마음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맹자』에도 “자기 집 노인을 공경하듯이 남의 집 노인을 공경하고, 자기 집 어린이를 사랑하듯이 남의 집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천하를 쉽게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다섯째, 상담(相談)과 효의 연계성 때문이다. 상담은 어떤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서로 의논하는 것을 말한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대할 때, 상담자는 부모의 마음으로, 내담자는 자식의 마음으로 다가갈 때, 얽힌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여섯째, 문화(文化)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문화는 인간의 삶을 밝게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자연에 인위적인 면이 더해진 영역이다. 여기에는 인륜질서의 근본인 효가 바탕이 될 때 인간관계가 좋아지게 된다. 『효경』에도 “효를 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으며, 윗자리에 있어도 거만하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어도 어지럽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이 효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부합하고 이치에 맞아야 한다. 본디 효는 『효경』과 『성경』 등 경전에서 보듯이 ‘양구체(養口體)’보다 ‘양지(養志)’의 효가 중요하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에 대한 물질적 봉양보다 정신적 편안함을 드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효는 시대성과 이치에 맞게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하는 효’를 확대해서 적용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