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함께 살자

최성규(한효총 대표회장, 성산효학원대학교 설립자.총장, 인천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꿀벌이나 개미떼가 협력하듯이 사람은 본능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자발적 판단에 의해 협력하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살자”는 희망의 말, 생명의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은 “함께 살자”이다. 사람은 함께 살도록 지어졌다. 함께 살 때 행복하다. 함께 살아갈 때, 서로 돌아봄으로 승자독식의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승자가 되는 세상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입은 하나, 귀는 두 개다. 말은 적게 하고 듣는 일은 민첩하게 하라는 뜻이다. 주변의 충고나 권유를 잘 들을수록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길을 찾아가기 수월하다. 서로의 지혜를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며 살아갈 때 보다 더 잘 살 수 있다. 잘 사는 것이 무슨 재산을 많이 갖고 사는 일로 생각되어서는 안 된다. 잘 사는 것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더불어 사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서로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 누구든지 위로가 필요하다. 아브라함 링컨은 미국의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저격당했다. 유품을 정리하는데, 옷에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가장 위대한 정치가 중의 한 사람은 바로 아브라함 링컨이다.”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이었다. 아브라함 링컨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오려서 주머니에 넣은 이 신문사설을 꺼내 읽으면서 힘을 얻었다.

‘교제’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코이노니아’이다. 이 말은 참여한다는 뜻이다. 서로의 삶에 참여함으로써 마치 한 몸처럼 이어질 때 교제라고 한다. 눈이 팔을 저 버릴 수 없고, 손이 발을 외면할 수 없다. 어느 한 부분이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 가족, 나라, 인류, 자연이 그렇다. 하나의 몸이고 공동체고 생태계이다. 하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하나 됨으로 살아야 한다. 세상은 하모니의 원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하모니하며 살아야 한다.

이웃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의 고통을 아파할 때, 함께 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자녀를 보고 “내 새끼”하는 마음이다. 알고 보면 인생은 모두가 불쌍한 존재이다. 악(惡)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약(弱)한 사람일 뿐이다. 태생적으로 악한 사람은 없다. 환경에 의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뭔가 엇나갔을 뿐이다.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서로가 디딜 언덕이 되어줘야 한다. 서로 잘난 체하기보다 서로를 세워줘야 한다. 성경에는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립보서 2장 3절)라고 기록되었다. 서로를 긍휼히 여기면 기적이 일어난다. 이웃사랑 안에는 놀라운 기적이 숨어 있다.

함께 나눌 때 우리 안에 행복이 솟아난다. 고려 전기에 살았던 이성만과 이순 형제의 이야기는, 듣는 우리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는 이성만 형제의 효제비가 유형문화재로 자리 잡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의하면 이성만과 이순 형제는 모두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겼다고 한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형은 아버지 묘를 지키고 동생은 어머니 묘를 3년간 곁에서 지키며 돌보았다. 한 가지 음식이 생겨도 형제 중 한사람이 없으면 먹지 않았으며, 아침은 형 집에서 저녁은 아우 집에서 아침과 저녁을 같이 들었다. 농사를 지어 볏단을 서로의 집에 갖다 두려고 밤길을 가다 두 사람이 그만 딱 마주쳤다고 한다. 서로 나누려고 하니 볏단은 그대로였으나 행복은 배가 되었다. 조선시대의 조정은 이 사실을 표창하여 비를 세우도록 하였다.

내게 있는 것을 가족과 나누면 가족이 행복지고, 이웃과 나누면 이웃이 행복해진다. 나눔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나눔은 하나 되게 하는 능력이 있다. 나눔은 다리이다. 지역, 계층, 세대, 종교, 민족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실제로 다리를 대한민국에서 아프리카까지 놓을 수는 없다. 대신 나눔이라는 다리는 얼마든지 놓을 수 있다.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구호단체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를 후원할 수 있다. 나눔의 다리가 놓이면, 서로 친구가 된다.

노벨상을 받은 엘리 비젤 교수가 말했다. “21세기 인간사회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악이 있다면, 그것은 무관심이다.” 주변의 필요에 등을 돌릴 때, 자신의 필요에 등을 돌리게 된다. 따뜻한 관심을 서로 나누자. 가족이라도 무심하면 남보다 못하지만, 이웃이라도 따뜻한 관심을 나누면 하나가 된다. 눈길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물질을 나눠서 지구촌을 하나로 이어가자. 나눔에는 살리는 힘이 있다. 돈과 물품을 나누면 희망이 살아나고, 헌혈로 피를 나누면 생명이 살아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나눌 것인가, 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