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효,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Ⅳ)

< ‘효교육’에 인용되는 사례의 타당성 재고(再考) >

김종두(효학박사, 한효총 사무총장)

교육(敎育)은 본디 ‘교화육성(敎化育成)’의 줄임말이다. 그래서 교육은 가르쳐서 알게 하는 ‘교화’보다 길러서 자라게 하는 ‘육성’에 중심이 있다. “어린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이 독립운동이다.”라는 방정환 선생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효교육에 인용되는 사례는 효와 관련해서 실제로 있었거나, 있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 주제는 앞의 「Ⅲ주제(‘효’와 ‘효도’의 의미상 구분의 필요성)」와 연결된다. 기존에 효 교육에 인용해 왔던 사례들, 예컨대 『삼국사기』의 ‘향득사지(向得舍知)’, 『삼국유사』의 ‘손순매아(孫順埋兒)’, 소설 ‘심청전’ 등은 엄밀히 말해서 ‘효도’에 해당하는 사례이지 ‘효’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효를 교육하는 일은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 등 각각의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에서는 ‘거울신경(mirror neuron)’에 의해 생활 그 자체가 ‘보여줌’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들려주어서 알게 하는 ‘청지(聽知)’보다는 보여주어서 알게 하는 ‘시지(示知)’ 형태가 바람직하다. 『논어집주』에도 “말로 가르치면 따지고 몸으로 가르치면 따른다(以言敎訟 以身敎從).”고 나와 있다. 학교의 효교육은 맹자가 강조했듯이 ‘역자교지(易子敎之)’적 이어야 한다. 즉 효교육과 같이 윤리성의 교육은 부모가 직접 하기보다는 ‘교사’에 의한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요즘 아동은 과거와 달리 가정보다 교육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맞벌이로 이유기(離乳期)가 끝나기도 전에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학교에서의 효교육은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의 환경이나 여건은 여전히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는 효란 무엇이며, 왜 행해야 하고, 어떻게 행하는 것인지를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자면 눈높이에 맞는 마땅한 교재가 있어야 하고, 인용되는 효 사례 또한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초․중․고교 교과서에는 효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은 실려 있지 않다. 단지 중학교의 「도덕」 과목과 고등학교의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에 일부 다루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교사마다 자기 생각대로 효를 말하고 자기 잣대로 효 사례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효 교육에 인용하는 사례는 ‘효(HYO)’ 의미에 부합하고, 현대적 시각에 맞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가 인용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이에 대한 선행 교육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효 사례는 조선시대, 충효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었던 내용이 많아서 지금 시각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40년 넘게 교편을 잡았다는 어떤 이는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없는 효를 학생들에게 요구하고 가르쳐왔다. 그래서 우리 교육자는 죄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현장의 교사들에게, 효교육에 필요한 체계적인 내용이 제공되지 못했고, 정책당국의 성의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효 사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다산 정약용이 주장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효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향득’이라는 어린 딸이, 고기를 먹고 싶다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드린 내용이 경덕왕에게 알려져 큰 상을 받았다는 ‘향득사지’, ‘손순’이라는 자가, 자신의 아들이 어머니 밥을 빼앗아 먹어 어머니를 배고프게 하므로 아들을 땅에 묻어 죽이려고 땅을 파던 중에 석종(石鐘)이 나왔고, 그 내용이 흥덕왕에게 알려지면서 큰 상을 받았다는 ‘손순매아’ 등의 내용에 대해서 다산은 “그러한 신령(神靈)스런 일들은 있었다 해도 알려지기 어려운 법인데, 세상에 드러난 것은 필시 상(賞)을 받기 위해 꾸며낸 일일 것이다.”라는 지적을 보고 나서다.

특히 다산은 「열부론(烈婦論)」에서 “병들어 죽은 남편을 따라 죽은 아내를 조정에서 열부(烈婦)라 칭하며, 정려문(旌閭門)을 세워주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자식을 돌보고 시부모님을 봉양해야지 멀쩡한 생목숨을 끊은 것은 천륜을 거역한 것이니 상을 줄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효의 대표작품으로 알려진 「심청전」의 내용도 마음은 본받아야 하지만 행위로는 본받을 것은 없다. 이렇듯이 효는 이치에 맞아야 하고, 교육에 인용되는 효 사례는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효는 덕의 근본이 되고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