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 없는 군대는 수치스러움을 모른다.
유명덕(효학박사, 성산효마을학교 교감)
“그들은 그냥 사람들, 병사들이 아니다. 사람들을 죽인다. 그들은 거리 있는 사람들을 쏜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다, 버스를 타다, 걷다가 총에 맞는다. 거리에 시신들이 줄지어 나뒹군다. 병사들이 아니다. 민간인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손을 묶는다. 그들은 어머니들을 강간하면서 아이들에게 지켜보기를 강요하게 했다. 그 뒤 그들은 사람들을 우물이나 집단묘지에 던졌다. 어린이들, 어른들, 어르신들 모두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군인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만행을 인류에 눈물로 고발하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탄식이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문명사에 있어 믿 기 힘든 전쟁폭력을 목격하고 있다. 그 현장은 우크라이나 전쟁터이다.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우 크라이나 국민의 평화는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어린이, 환자, 임산부, 피난 행렬과 열차, 병원, 주택, 대학교 기숙사 등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 에서나 무차별 포격으로 생명을 앗아 가고 있다. 점령한 마을에서는 주민을 성폭행하고 고문 후 살해하여 집단 암매장한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진에서처럼 어린 아들이 죽임을 당해 맨홀에서 발견되자 절규하고 있는 한 엄마의 처절한 몸짓에서 가슴이 시리고 먹먹할 뿐이다. 러시아군의 약탈행위 또한 야만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닥치는 대로 약탈한 물건들을 자신의 집에 보내려고 우체국에 몰려들었다는 소식은 이미 군인이 아니라 도적 떼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군대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무력수단이자 공기(公器)이다. 무력수단은 올바르게 사용되어야만 한다. 외세의 침략이 있을 경우에는 단호히 무력으로 맞서야 하지만 이웃 나라의 평화와 생명을 살상하는 침략전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군인은 전쟁터에서 부당한 인명 살상 행위를 금지하는 전쟁법과 전쟁윤리를 준수해야만 한다. 국제법에서는 집단살인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개인의 책임, 지휘관과 상급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법과 전쟁윤리는 생명존중, 생명보호, 생명 성장이라는 효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국제법과 군인의 전쟁윤리 측면에서 러시아와 그 군대는 지금 전쟁의 정당성과 국제법, 전쟁윤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수치심을 잃어버린 반인륜적인 학살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가족사랑의 정신, 즉 효심에 기초한 군대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인식하게 된다. 효심이 충만한 군대는 생명존중과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런 군대는 전쟁터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고 생명보호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성경)”,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불경)”, “옳지 못한 행동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며 잘못된 행동에 분노하거나 미워하라(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의 마음 등의 말은 부모와 이웃과 인류의 생명을 잘 지키고 잘 보호하라는 효의 가치로 귀결된다. 만약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러시아 지도자들과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내 가족과 같이 여기는 효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더라면 수치스러운 학살행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국군 역시 패륜적인 러시아 군인들의 범죄행위를 교훈 삼아 그동안 소홀히 했던 효 인성교육을 강화하여 부모님을 공경하고 전우를 존중하며, 상관을 신뢰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가운데 인류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 친화적인 인성과 군대문화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때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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