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정의 달이 필요한가?

연문희(상담학박사,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5월을 가정의 달로 삼은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데다가 5월 8일 어버이 날이 있고, 5일 어린이 날, 21일 부부의 날, 그리고 15일 스승의 날이 있으니 중요한 기념일이 연이어지는 중요한 달이다. 한 인간은 부모님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부모님과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선생님들의 가르침으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 발전하니 5월의 기념일들은 뜻 깊은 날들이다. 그 중에서도 부부의 날은 특별히 중요하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두 바퀴가 나란히 보조를 맞추어 굴러가야 가정생활이 순탄하고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가 화목한 가정의 필수 조건이다.

가화만사성이라는 옛말은 지금도 그 중요성에서 변함이 없다. 오히려 식자들은 그 가치와 중요성을 더 간절하게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어린 자녀를 학대하는 가정, 부모의 사랑과 인정에 굶주려 방황하다가 소속감을 얻기위해 비행청소년 집단에 가담하는 청소년, 부부갈등이 심해서 상처를 주고받고 싸우다가 지쳐서 이혼 청구서를 들고 가정법원에 가는 사람, 부부간에 오고가는 정이 없어 허전하고 텅빈 무의미한 중년을 혼자서 삭이는 부부 등이 경찰을 부르거나 상담실이나 정신병원에 드나드는 것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물질적으로는 세계 10대 대국에 속한다고 하고,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러나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OECD 37개 국가 중에서 35등이란다. 국민들이 본인들의 삶에서 만족하는 정도가 바닥권이다. 반세기 전에 비해서 우리의 의식주 상태는 많이 좋아졌는데 행복지수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바드 대학교 성인발달 연구소의 75년 동안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제일 중요한 조건은 친밀한 인간관계라고 되어 있다. 부부관계를 비롯한 가족관계, 이웃, 친구들과의 관계,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서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쫓아가거나 달려와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살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고 건강하게 오래 살 조건을 갖춘 사람이다.

요한일서 4장 12절 말씀은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약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 지느리라”라고 되어 있다. 진정으로 우리가 먼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간관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는가? 부부사이에 진정한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참만남이 이루어지는가? 자녀나 제자들에게 관심있는 척하거나 가면을 쓰고 대하지는 않는가? 상대방을 내 필요와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다루지는 않는가?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실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는가를 저마다 자문해보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배우자 앞에서 진실을 다 말하지 못하거나 청소년들이 부모나 스승 앞에서 진심을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는 신뢰받고 칭찬받아야 하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혼날지도 몰라, 내가 이렇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면 외면당하고 소외당할 거야.”와 같은 두려움이 우리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바꾸어 말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평가와 판단이 두려워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억압하거나 포기하고 어른들의 기대대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엄격한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살아온 까닭에 진정한 자기가 누군인지를 모르며 성장하는 자녀들도 있다.

자신의 남다른 능력이나 개성을 살리지 못하거나 자기 자신의 포부와 꿈을 갖지 못하고 별다른 소명감 없이 인생을 사는 경우도 있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어른들이 짜 놓은 상자속에서 갇혀 살아온 사람들은 자기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전도서 12:1)는 명령을 준수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그런 경우 “진정한 자기로부터 거리가 있는 사람은 하나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는 성 어거스틴의 탄식에 우리는 귀를 기울려야 한다. 부모와 교사들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비소유적인 사랑으로 교육하여야 청소년들이 저마다 참자기가 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인성교육이 가능해진다. 가정의 달에 우리가 자기 성찰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