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돌봄으로부터 시작되는 연결
김수진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조교수)
최근 우리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도 ‘관태기’라는 용어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냅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인해 타인과 거리를 두는 비대면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관계로부터 멀어지게 되면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태기를 말하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과연 행복할까요?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20~2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와 행복의 관계에 대한 조사에서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100명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을 62%에 달했으나, 그중에서 진짜 친구는 평균 4.99명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는 늘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진정한 소통은 부재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SNS 속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응답에는 41.4%가 응답하여 인간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20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NS상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연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진솔한 모습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소위 ‘~~인 체하는’ 겉모습에 더 관심을 두게 됩니다. 타인의 일상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팔로잉을 하지만 정작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도 모르게 내 시간과 마음이 잠식되어 관계의 권태감을 느끼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다가서기엔 자신이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차라리 관계들에 거리를 두려는 두려움이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학교와 사회에서는 입시와 취업 등으로 지나친 경쟁에 매몰되도록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로, 실패한 존재로 간주하여 쉽게 상처를 받게 됩니다. ‘나는 왜 저 사람보다 못하지?’,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할까?’ ‘나는 실패자야’ 이러한 자기비하는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까지도 빼앗아 갑니다.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타인과 연결되는 것도 두렵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의 핵심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가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즉 자기비하가 아닌 ‘자기돌봄’을 통해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수용적으로 공감하는 태도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성공적이고 타인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외면의 모습만이 아닌 상처받고 취약한 자신의 내면까지도 끌어안는 것입니다.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선 낯선 길들을 헤매야 하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도 일정 시간 실수를 반복하며 익숙하지 않음을 견디어야 합니다.
새로운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 내가 아는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머뭇거리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며 자기돌봄을 통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공감은 타인에게도 흘러가 나와 타인을 연결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가정에서 가족사랑을 나누는 하모니의 감성에서 싹이 돋습니다. 이러한 감성이 내 마음을 돌보듯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경청을 하며 그의 입장에서 마음을 공감하는 진정한 관심을 가지게 해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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