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내면아이
연문희(상담학박사,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살다 보면 우리 속에 어린아이다운 면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고향집에 가면 어머니 무릎에 눕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저마다 마음속에 안전감, 사랑, 신체적 접촉을 원하는 정서적 필요가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과 팔짱을 끼거나 서로 안아주면 행복합니다. 우리 속에는 생동감, 열정이 솟아나고 즐거움과 놀이를 즐겨하는 어린아이 같은 측면이 있어서 고무풍선을 날리면서 하늘을 나는 듯 기뻐하고 얼음판에서 미끄럼을 타면서 깔깔대며 웃습니다. 어른이 된 우리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내면 아이의 건강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이 하늘 아래 온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하여 우리는 어린시절 성장과정 중에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고 자랍니다. 부모들 중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비판적이어서 모질게 꾸짖고 혼내주는 분도 있습니다. 잘 되라고 하시는 말씀이지만 어린시절 우리에게 부적절감이나 죄책감이 생기게도 합니다. 부모가 세상을 일찍 떠나거나 이혼한 가정에서 성장하다 보면 슬픔이나 두려움을 품거나 수치심을 가지고 자라기 쉽습니다.
어린 자녀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입니다. 먹고 사느라고 힘들고 분주하여 자녀 돌보기를 소홀이할 수밖에 없는 가정은 자녀들과 따듯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겨를이 없습니다. 밤늦게 술 먹고 들어와서 잠자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어른들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잉보호하는 부모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자녀들은 집안에서는 왕자나 공주처럼 호사스럽게 지내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책임감이나 인내심이 부족하여 적응할 줄 모르기 때문에 이 세상을 헤져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부족한 우리를 수용하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시는 양육적인 부모님은 자녀들의 밝고 맑은 긍정적인 성격형성에 이바지하시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반대로 잘 못할 때마다 심판하시고 벌주시는 엄격한 하나님을 강조하시는 훈육적인 부모님은 우리 마음속에 불안과 긴장을 조장하시고 죄책감과 수치심 그리고 열등의식이 싹트는 줄을 모르십니다. 바른 길로 인도하시려고 선한 의도에서 꾸짖고 나무라고 벌 주시지만 어린 자녀들에게는 상처가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깊이 숨어있는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가끔 자각하십니까?
내 안에 슬퍼하는, 겁에 질린, 불안해 하는 어린이가 있지는 않습니까? 분노와 적개심을 억압한 어린이가 뿔끈 뿔끈 거친 말과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까? 죄책감/수치심에 가득 찬, 혹은 외로운 아이가 존재하여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견디며 살아가게 하지는 않습니까?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품고 사는 사람은 한평생 낮은 자존감과 열등의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하여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님이 주신 재능과 잠재능력을 한껏 발휘하지 못하기가 쉽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여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부모, 친구, 부부관계 등에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인정 사랑받고 싶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사랑에 허기진 사람이 되어 이웃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성장과정에 존재가치가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탓에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지나치게 공격적/경쟁적/ 성취지향적인 인생행로를 줄달음치기도 합니다. 일중독에 빠져서 사는 사람이 그렇습니다. 그런 이들은 따듯한 정서교류를 경험하지 못하고 성장하여 가정이나 직장에서 지극히 사무적입니다. 그 외에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는 사람은 시기 질투가 심해서 대인관계가 불편한 사람도 있고, 한 평생 마음 문을 닫고 남들을 회피하고 “외로운 늦대”로 사는 이도 있습니다. 상처받고 자란 어린이는 성장과정에 거듭나지 않으면 성인아이가 됩니다. 신체적 연령은 어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상처받은 어린이입니다. 성인아이는 부부관계도 원만하기 어렵고, 부모로서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성공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효교육을 제대로 할 수도 효를 받을 수도 없는 부모가 됩니다.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 부부상담 등을 통하여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받으면 효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신앙생활을 통하여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임을 기억하십시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절)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불빛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과 어울려 항상 기뻐하고 쉬지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는(살전5:16~18) 신앙생활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해결방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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