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효와 사회적 가족

조정현(철학박사, 둥근마음보금자리 원장)

사회적 효란 과거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적인 효를 국가정책을 중심으로 복지 시설과 사회 및 공공 기관 중심의 효로 확장 시킨 개념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사회복지의 큰 틀의 하나인 사회적 효의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자칫 현대판 고려장이 될 수 있다는 염려를 야기 하고 있다. 부모를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입소시켜 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기요양보험제도가 표방하는 사회적 효에 걸맞는 사회적 가족의 문제가 제기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노인 시설의 관리자나 직원들에게는 보호자들의 이러한 패륜적 행위를 다루어야 할 역할과 책임도 수반된다고 보며 사회적 가족의 역할이 한층 더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불어 입주자의 가족들과 시설의 임직원들은 시대적 상황이 맺어 준 새로운 가족(신가족)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확산이 요구된다. 논자는 사회적 효의 실천 주체가 신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 가족을 사회적 가족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따라서 사회적 가족은 혈연을 초월한 신가족 개념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착되지 않으면 사회적 효 차원에서 보호되고 있는 노인들의 안전사고 문제 등이 발생했을 경우 법적인 분쟁의 소지가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연로한 부모가 부주의로 낙상해서 사망했다 할지라도 다른 형제자매가 부모를 모신 형제자매에 대하여 과실치사라 하여 보상이나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에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시설에서는 이러한 일이 법적인 분쟁으로 자주 대두되고 있다. 실제 가족들이 모실 수 없는 상황에서 기관과 시설이 희생과 헌신으로 그 의무를 대신해 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법적인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 가족이 혈연적 가족보다 부모를 모심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희생과 정성이 더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돈을 요구한다거나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효의 본의와 섬김의 본질을 저버리는 매우 유감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셔야 될 친부모를 신가족이 모심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후 돈을 요구하거나 법적인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 때문에 케어 당사자들이 조마조마해야 하는 것은 섬김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들에게는 자타가 공인하는 효에 관한 유전자적 전통이 있다. 부모 앞에서는 설령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부모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것이야 말로 효의 기본이기 때문에 형제간에 다투는 것도 가능한 한 삼가하고 살아온 내력이 우리들 핏속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효를 내세우면서 생명의 가치를 돈과 흥정하려하고 급기야는 법정으로까지 가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사회적 효의 실천 주체는 사회적 가족 또는 신가족(새 가족, 새로운 가족)이며 그것은 장기요양보험제도 하에서 새롭게 정착시켜야 할 효와 가족의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사회 저변에 확장시켜 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친자녀들이 자신들의 가정에서 모시지 못하는 수십만의 어르신들을 사회적 가족(신가족)이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효의 궁극적 정착을 위해서 사회적 가족 개념의 확산과 새로운 인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신가족 개념의 정착은 현대판 고려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인류가 한 가족임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사회적 효의 안정적 정착과 효의 현대사회적 확산 주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