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자질資質과 효孝, HYO
이순행(효학박사, 강동효인성문화원 부원장)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중 ‘효학개론’을 수강하면서 ‘사회복지’와 ‘효’의 관계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학기 첫 강의였던 터라 ‘효’와 ‘사회복지’가 어떤 관계 일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강하던 중 듣게 된 “효와 사회복지는 물과 고기의 관계, 즉 ‘수어지교(水魚之交)’로 표현할 수 있다.”라는 말과 “효는 전통적으로 가족사랑과 가정윤리 등 ‘가정의 효’로 인식되어 왔지만 현대는 가족사랑의 효를 이웃과 사회, 인류애로 확대하는 ‘사회적 효’로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그러나 강좌가 계속되고 효에 대한 개념이 잡히면서 ‘수어지교’와 ‘사회적 효’는 ‘사회복지’와 연관이 깊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회복지(社會福祉, Welfare)란 인간의 삶을 복되고 복된 상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효행을 생활화하는 사회복지사와 그렇지 않은 복지사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는 저소득층이나 생활에 결핍이 있는 계층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자질(資質)은 ‘사회복지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낼 수 있는 능력이나 실력’을 말한다. 여기서의 실력은 지적(知的)인 요소 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잘 할 수 있는 관계적 역량의 비중이 더 크다. 혹자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의사(醫師)에 비유하기도 한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오는 이유는 몸이 아파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듯이 이용자(클라이언트)가 사회복지사를 찾아오는 이유는 이용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해결과 욕구충족을 위해서다. 그러한 이용자를 맞이하는 사회복지사는 이용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기초로 상담과 교육, 나들이와 음악 등 프로그램을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고, 욕구충족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보면, 사회복지사는 가족친화적인 감정으로 이용자를 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는 사회복지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자 핵심가치인 것이다.
효는 대체로 자녀가 부모를 위하고 젊은이가 노인을 위하는 ‘경로효친(敬老孝親)’을 추구하는 용어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효에 대한 해석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보모에게 효도하는 ‘부자자효(父慈子孝)’의 감정이 이웃사랑과 인류봉사, 나라사랑과 자연사랑으로 확대되는 ‘동심원(同心圓)’과 ‘친친애인(親親愛人)’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효를 ‘filial piety(효도)’보다는 ‘HYO(효)’로 표기하고 있으며, HYO는 Harmony of Young & Old의 약자로 이해한다.
사회복지는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래서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에 대해서, 아동복지는 아동에 대해서, 여성복지는 여성에 대해서, 노인복지는 노인에 대한 문제해결과 욕구충족을 위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렇듯이 사회복지는 다양한 계층과 영역에 대해서 문제해결과 욕구충족을 위해 다가가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사회복지사는 이용자를 교육하고 상담해줄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기본으로 다양한 기법을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효와 연계하면, 사회복지사의 효행 여부는 인간관계 구축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지도 않고, 성묘에도 참여치 않으며 농번기에도 부모님의 기력이 없으시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회복지사, 반면에 부모님의 마음을 읽어내고 부모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효행을 생활화하는 사회복지사가 있다면 어떤 쪽이 문제해결과 욕구충족에 가까이 다가갈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또한 가정을 가진 부모이면서 사회복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부부관계가 화목하고, 자녀교육을 잘하는 모범적 가정을 가진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도 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효와 사회복지의 영역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효를 가르치는 이유는 자기 부모처럼 남의 부모도, 자기 형제처럼 남의 형제도 공경하고 우애하도록 하기 위함이다.”라는 『효경』, “너는 흰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라.”는 『성경』, “모든 남자는 내 아버지이고 모든 여자는 내 어머니이다. 그러므로 중생은 모두 내 부모로 생각하고 섬겨야 한다.”는 『범망경』 등의 내용에 잘 나타나 있다. 이렇듯이 ‘가정의 효’가 ‘사회적 효’로 연결되고, 사회적 효는 사회복지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수어지교(水魚之交)’와 ‘사회적 효’는 사회복지사들의 임무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될 뿐 아니라 효를 이해하는 것이 자질을 함양시키는데 가장 근본이 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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