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경제적 부양 교환 실태로 본 효복지의 현주소
박영숙(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복지학과 주임교수)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85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로 본다면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도 있겠지만 노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동반하게 된다. 노인에 대한 돌봄이나 부양 등의 다양한 경제적, 의료적, 복지적 비용의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책임론의 우세는 사적인 영역에서의 노인 부양이나 돌봄의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즉, 국가 주도의 노인 부양 및 돌봄은 이에 대한 가족의 책임을 경감하는 제도나 정책으로 오해되어 결국에는 부양을 부담해야 할 주체 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는 국가 주도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개인의 함께 주도하는 효복지를 통해서 세대 화합 및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효복지의 핵심은 효 원리에 맞추어 추진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효라고 하면 부모에 대한 부양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즉 부모에 대한 신체적, 물질적, 정서적 돌봄 및 지원을 통해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사회적 규범이다. 이러한 전통적 효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들이 있지만 효의 원리에서 부모에 대한 부양은 중요한 영역이며, 효 개념을 노인의 부양과 돌봄에 적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의 효복지에서도 노인 부양은 핵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부양은 크게 신체적 부양, 정서적 부양 그리고 경제적 부양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핵가족화로 노인과 자녀 세대가 각각 경제적 주체로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부양은 특히 주목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노인 빈곤률이 OECD 국가 중 1위(2018년 기준 43.4%, OCDE 평균 15.7%)인 점을 미루어 볼 때 경제적 부양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적 부양 실태를 살펴보면, 노인이 수혜받는 비율과 제공하는 비율로 구분되어 발표되고 있다.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총 9,463명 중 수혜는 정기 현금지원이 46.0%, 비정기 현금지원 85.6%, 현물지원 77.9%로 나타났다. 반면에 자녀에게 제공한 노인은 정기 현금지원이 12.5%, 비정기 현금지원이 29.1%, 현물지원이 42.4%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17년에는 응답자 총 9,615명 중에서 수혜는 정기 현금지원이 59.4%, 비정기 현금지원 86.4%, 현물지원 89.3%인 반면에 자녀에게 제공한 노인은 정기현금지원이 4.0%, 비정기현금지원이 25.1%, 현물지원이 49.5%로 나타났다.
2017년과 2020년의 실태를 비교해 보면, 노인이 자녀로부터 수혜받은 부분에서 정기 현금지원, 비정기 현금지원, 현물지원은 줄어든 반면, 노인이 자녀에게 제공한 부분은 현물지원을 제외하고 정기 현금지원, 비정기 현금지원은 증가한 점이다. 특히 정기 현금지원의 경우는 4.0%에서 12.5%로 3배 정도 증가했다. 즉 노인이 자녀로부터 경제적으로 수혜를 받는 비율은 감소한 반면, 노인이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제공하는 비율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실태를 볼 때, 이제 노인은 자녀로부터 경제적으로 수혜만 받는 입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제공을 하는 입장에도 있는, 즉 서로 주고 받는 관계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 부양의 형태가 노인이 받기만 하는 수동적 부양에서 노인도 도움을 주는 능동적, 적극적 부양 즉 상호교환의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을 비생산적인 존재, 쓸모없는 존재, 부담의 존재로 바라보던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이 상호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존재로서의 인식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세대 화합과 공존의 길로 가는 합리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효와 효복지적 측면에서도 노인에 대한 인식이나 시각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 나아가야 한다. 즉 노인을 비생산적, 수동적, 의존적 존재로 젊은 계층에게 단지 부담을 주는 부양의 대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능동적, 적극적 존재로서 젊은 계층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호부양의 대상자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노인에 대한 부양의 의미가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부양이 아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부양으로 변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효와 효복지의 개념 그리고 그 패러다임도 이러한 변화들에 민감하게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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