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효학박사, 전 서도고 · 부원중 교장)
필자가 40여 년 동안 교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나로서는 큰 행운이다. 교장으로 재임하면서 ‘세안식(洗眼式)과 세족식(洗足式)’을 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흘릴 수 있었던 눈물의 덕인지도 모른다. 필자가 세안식과 세족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미국 영부인이었던 힐러리가 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다 필요하다』 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특히 필자가 담당했던 중·고등학생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이면서도 순수함을 간직한 꿈 많은 시기로서 이때 형성된 효 의식은 40∼50대가 되어도 그대로 간직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였다.
이 행사의 시작은 교장인 필자가 행사의 목적과 함께 6.25 전쟁 때 금방 출산한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기 옷을 다 벗어서 꽁꽁 싸매어서 추위로부터 지켜 내고 자신은 얼어 죽은 어떤 어머니의 실화를 울먹이듯 이야기하면서 분위기를 착 가라앉게 시작한다. 거기에다 가슴이 아리는 사랑을 담은 ‘한쪽 눈이 없는 어머니’라는 VTR 동영상을 보여주면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온 방을 진동한다. 감격에 겨워 목이 멘 ‘어머니 마음’의 합창은 한 번 더 뜨거운 눈물의 바다를 연출한다.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로 한 번 더 울게 되고, 울먹이며 제대로 말 못해서 여러 번 방송사고(?)를 내는 어떤 어머니의 답장으로 끝이 난다.
효의 원리인 부자자효(父慈子孝, 내리사랑·올리효도)의 뜻에 따라서 부모님이 자녀를 사랑하는 표현인 세안식을 먼저 한다. 부모님 앞에 단정하게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자녀의 눈과 얼굴을 수건 한 쪽에 물을 묻혀서 정성으로 닦아 줄 때 사회자의 멘트가 잔잔히 흘러나온다.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늠름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네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갖는 것이 한량없이 기쁘구나. 내가 너의 눈과 얼굴을 씻어 주는 것은 부디 밝은 눈과 밝은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란다. 항상 밝은 눈과 밝은 표정으로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다오. 난 너를 목숨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게 여긴단다.” 이처럼 지극한 정성을 다해 자녀의 눈과 얼굴을 씻어 주면서 한 번 더 감격에 몸을 떠는 시간을 가진다.
다음으로, 자녀가 부모님의 발을 씻어 드리는 세족식으로 이어진다. 세족식에 앞서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를 낳아 지극하신 정성과 사랑으로 이렇게 잘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부모님께 순종할 것을 다짐합니다. 또한, 부모님께서 저에게 주신 헌신적인 사랑과 정성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극 정성을 다해 부모님을 섬기고 효를 실천하는 효자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000 드림.”
나를 낳아서 길러 주신 부모님의 발을 난생처음 씻겨 드리면서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상처투성이 부모님 발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용서를 비는 불효자의 감격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는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 모두다 눈물바다가 된다. 인간의 눈물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최상의 묘약이다. 눈물의 세안식과 속죄의 세족식을 마치면서 어느새 커버린 듬직한 자식이 부모님을 꼭 안아 드리면서 “부모님,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는 것으로 세안·세족식이 끝난다.
이런 행사를 매 회 20여 명씩, 1년에 7회 정도씩 실시했더니 선생님들이 먼저 변하고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변했으며, 학교가 크게 발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님들은 고맙다는 편지나 메일을 많이 보내 주면서 이런 행사를 계속하도록 격려해 주신다. 세안·세족식에 참여했던 2학년 학부모님의 글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안·세족식에 참여한 엄마입니다.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꼭 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가 많이 큰 걸 느꼈고, 또한 부모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어른들도 애 아빠를 이렇게 길러 주셨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효칼럼 > 효와 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