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의 리더십은 ‘교(敎)’보다 ‘육(育)’에 중심이 있다.
조성윤(전 경기도교육감, 한효총 고문)
교육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통합적인 과정(process)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를 교육의 세 마당이라 부른다. 그리고 가정교육을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여긴다. 이는 “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라는 교육학자 랑그랑의 말과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학교교육은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의 사이에 있기 때문에 교사는 가정과 사회의 환경을 감안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가정환경은 어떤지, 학교의 주변 환경은 어떤지 등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속담에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선생님은 어항 속의 금붕어와 같다.”라는 표현은 ‘말로 가르치는 교육’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중요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리더십은 일반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자 영향력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교육자는 피교육자로 하여금 정해진 목표를 스스로 달성하도록 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가정의 리더는 부모이니, 자녀들로 하여금 목표하는 바를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학교의 리더는 교사이니, 제자들로 하여금 목표하는 바를 스스로 달성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다. 또한 사회의 리더는 어른이니, 유소년과 청장년들로 하여금 목표하는 바를 스스로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인 것이다.
필자는 42년간 교육의 현장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 나름으로 교육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교육현장에서 실제적 경험으로 체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디 교육(敎育)은 교화육성(敎化育成)의 준말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가르쳐서 변화시킨다[敎化]’는 의미의 ‘교(敎)’자와 ‘길러서 자라게 한다[育成]’는 의미인 ‘육(育)’자의 영역이 합해진 말이다. 필자는 ‘교(敎)’ 쪽보다는 ‘육(育)’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답을 ‘육(育)’자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늘 강조했다.
이를 구분해본다면 ‘교(敎)’는 ‘지식(知識)’의 영역이고, ‘육(育)’은 ‘인성(人性)’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본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어야지 지식을 가르쳐 똑똑하게만 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선생님과 대화할 때 “우리 아이 성적이 올랐나요?”에만 관심을 갖는 엄마들의 욕망이 오히려 아이를 그르치게 할 수 있다. 조선시대 학자 퇴계(退溪)와 다산(茶山)도 “학문을 하는 이유는 인간의 삶에 이로움을 주는데 있다.”고 했고, 미국에서 동암연구소를 운영하는 전혜성 박사도 “엘리트보다도 먼저 사람이 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얼마 전 우연히 버스 안에서 교육과 관련된 내용의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되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노인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느냐?”는 설문 결과 “첫째, 지저분하고 더럽다. 둘째, 냄새가 난다. 셋째, 잔소리가 많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혐오스런 존재’로 비쳐지고 있는 것인데, 필자는 노인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불쾌했다. 그 학생들이 오늘날 공부하는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과 노고가 있었기 때문인데, 저 학생들이 과연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 어떤 삶이었는지를 안다면 저렇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인식을 준 것은 노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용모를 좀 더 깨끗이 하고, 언행을 조심했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고 싶은 옷이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참고 아껴서 그들의 엄마, 아빠를 길러냈다는 걸 가르쳐 주지 않은 교육현장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것은 우선 교육자의 리더십이 살아나야 한다. 교사들이 학부모나 제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교육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자는 ‘교(敎)’ 보다는 ‘육(育)’에 초점을 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속담에 “선생님이 좋으면 과목이 재미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선생님이 좋으면...’의 말뜻에는 ‘선생님이 가진 지식’보다는 ‘선생님의 인품과 실력’을 말하는 갓이다. 그리고 그 인격의 바탕에는 선생님의 ‘효성(孝誠)’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효경』에도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나온다(孝德之本也 敎之所由生也).”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이 말을 되새겨 교육자의 리더십과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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