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오교(五敎)로 본 ‘하모니의 효(HYO)’의 당위성

김종두(효학박사, 한효총 사무총장)

효에 대한 정의(定義)는 헤아릴 수없이 많다. ‘가족사랑’과 ‘가정윤리’ 등 협의(狹義)의 효는 가정(家庭)의 영역이지만 ‘세대공감’과 ‘자연사랑’ 등 광의(廣義)의 효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의의 효에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자식이면서 자식의 부모로 살아가고, 형과 동생, 남편과 아내, 아들(딸)과 손자(손녀)로 살아가기에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효를 ‘하모니의 효(HYO: Harmony of Young & Old의 약자)’로 보면 “효란 하모니(H)를 추구하는 자녀(Y)와 부모(O)의 조화적 노력이다.”라는 협의와 “효란 하모니(H)를 추구하는 젊은시대(Y)와 노인세대(O)의 조화적 노력이다.”라는 광의의 정의가 동시에 가능해 진다.

사람들은 대체로 ‘효’를 자식으로서 부모를 섬기는 도리 등으로 해석해서 ‘효도(Filial piety)’와 같은 의미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효는 상하동욕(上下同欲)을 추구하는 쌍방향성의 용어인 관계로 수직적인 용어인 ‘효도’와는 의미상으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다산 정약용은 효를 어떻게 보았을까? 다산은 「원교(原敎)」에서 ‘오교(五敎)’, 「원덕(原德)」에서 ‘명덕(明德)’, 「원원(原怨)」에서 ‘원망(怨望)’ 등 여러 문헌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오교(五敎)’에서 말하는 효(HYO)이다. 오교는 다섯 가지의 가르침, 즉 아버지[父]는 의롭고[父義] 어머니[母]는 자애로우며[母慈] 형(兄)은 따뜻하고[兄友] 동생[弟]은 공손(弟恭)하며 자식[子]은 효도[子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너무 의롭기만 해선 안되고 자애롭기도 해야 하며, 어머니 또한 너무 자애롭기만 해서는 안되고 의롭기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교(父母兄弟子/義慈友恭孝)’를 줄이면 ‘효제자(孝弟慈)’인데, 여기서 ‘자(慈)’는 없어도 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절로 되기 때문이다. 또한 ‘효제(孝弟)’에서도 ‘제(弟)’는 없애도 된다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효를 하는 자식은 우애(弟) 또한 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산이 보는 ‘효’는 하모니의 효와 같은 맥락임을 알 수 있다.

둘째, ‘명덕(明德)’에서 본 효(HYO)이다. 명덕은 덕을 밝힌다는 뜻이다. 이점에 대해 다산은 “덕(德)이란 효제(孝弟)의 행위를 지칭한 것인데, 효제를 행위로 나타냈기 때문에 큰 덕이 밝아지고 아홉 범주의 친족[九族]이 친밀해졌던 것이다. 그것은 한 집안의 환심(歡心)을 얻어 자기 조선(祖先)을 섬긴다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명덕(名德)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효제(孝弟)가 아니고는 덕(德)이라는 명칭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덕을 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효를 통해 이름이 났다.”고 이르고 있으며, 결국 덕(德)을 이루는 근본이 효제(孝弟)에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효를 하모니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셋째, ‘원망(怨望)’에서 본 효(HYO)이다. 원망은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부모라도 잘못할 것 같으면 원망해서 잘못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견해다. 그 부모가 잘못하면 집안 전체가 잘못한 것으로 인식되어 가족 전체가 나쁜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경』과 『논어』, 『예기』 등에 나오는 ‘간쟁(諫諍)’과 비슷한 맥락인데, 다산은 “부모가 잘못하는데도 원망하지 않는다면 마치 지나가는 사람 보듯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효는 무조건적의 ‘효도(Filial piety)’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유배지에서 자녀들에게 쓴 다산의 편지를 보면 특별히 효(孝)와 제(弟)를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산은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의 윤리의식이 튼튼해야 하므로 윤리의식의 근간인 효와 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당시의 지배층 유자(儒者)들이 주장한 지배 논리의 충(忠)이나 효(孝)와는 차이가 있으며, 다산은 무조건적인 충효 관념보다는 효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효제는 인간이 지닌, 인간이기 위한 윤리개념이고, 인관관계의 원활한 화해를 위한 사회적 결속의 원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산은 모든 학문의 근본을 효와 제라 하였고, 인간으로서의 양심이자 인간원리의 근본으로 보았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자는 주장은 반드시 이러한 개념으로 정의된 후에 권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다. 이것이 하모니 효의 당위성(當爲性)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