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법’과 ‘효’

                                                              김종두(한효총 사무총장,전 국방대/경민대/성산효대학원 교수)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복지(福祉) 향상을 위해 1981년에 제정되었다. 아마도 노인의 복[福]되고 복[祉]된 삶은 마음의 평안함에서 오고, 그 평안은 자식들이 부모님을 걱정하시지 않게, 기쁘게 해드릴 때 유지될 것이다. 이렇듯이 노인복지와 효의 연관성은 매우 깊다는 점에서 ‘노화이론’을 기초로 ‘노인복지’와 ‘효’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선 ‘노화이론’에 나타난 노인의 관심 사항은 다섯 가지다. 첫째, ‘분리(分離)이론’으로, 노년이 되면 세상과의 분리된 삶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인다. 둘째, ‘활동(活動)이론’으로, 비록 노인이지만 젊었을 때처럼 활동하고 싶어 한다. 셋째, ‘지속(持續)이론’으로, 노인은 젊었을 때의 꿈과 희망을 지속해서 간직하고 싶어 한다. 넷째, ‘하위문화이론’으로 흥미와 관심이 비슷한 동년배끼리의 어울림이 형성된다. 다섯째, ‘사회적 교환이론’으로, 노인은 풍부한 경험지식과 보상을 교환할 협상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위 이론을 기초로 이해할 때 ‘노인복지법’과 효는 다음 내용에서 연계됨을 알수 있다. 제1조(목적)에 “노인의 질환을 사전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고 질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한다.”, 제2조(기본이념)에 “노령(老齡)에 따르는 심신의 변화를 자각하여 항상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토록 노력해야 한다.”, 제3조(가족제도의 유지ㆍ발전)에 “국가와 국민은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에 따른 건전한 가족제도가 유지ㆍ발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6조(노인관련 기념일 제정)에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 5월 8일을 어버이날, 6월 15일을 노인학대예방의 날,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효’는 일반적으로 ‘인륜질서의 근본’, ‘가정윤리’, ‘가족사랑’, ‘덕(德)의 근본’, ‘인(仁)의 근본’ 등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부모입장의 효[내리사랑, 올리효도]와 자식입장의 효[올리효도]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후반의 경우는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과 부모에 대한 올리효도를 양방향으로 실천해야 하지만 자녀는 올리효도만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은 세 단계의 효가 요구된다. 부모님을 걱정끼쳐 드리지 않는 ‘낮은 단계의 효’,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높은 단계의 효’, 그리고 자식 스스로가 성공하는 ‘더 높은 단계의 효’이다.

따라서 ‘효’가 ‘노인복지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요구된다. 첫째, 효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다. 효교육은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받아야 하고 평생 동안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입시 중심의 교육으로 효가 반영되지 못하다 보니 패륜현상이 늘고 있다. 그리고 설령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해도 계지술사(繼志述事)의 효는 계속되어야 한다. 수천 년 전의 석가(釋迦), 공자(孔子), 예수 등의 가르침은 따르라면서도 수년 전에 작고하신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르라는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

둘째, 효의 개념과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효(HYO)’의 의미는 ‘효도(filial piety)’와 달리 쌍무호혜적이다. 그래서 ‘부자윤리(父子倫理)’인 ‘효’와 ‘자녀윤리(子女倫理)’인 ‘효도’는 구분돼야 하며, 부모가 부모다울 때 자식도 자식다워지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셋째, 효에 기반한 인성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중에서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며, 가정교육에서 지향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효’라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노인이 처한 현실은 ‘4고(苦)’로 집약된다. 고령으로 병약함에서 오는 ‘병고(病苦)’, 은퇴하고 나서 수입이 줄어들어서 오는 ‘빈고(貧苦)’,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오는 ‘고고(孤苦)’, 소일거리가 없어 허무함에서 오는 ‘무위고(無爲苦)’이다. 이러한 ‘4고’는 자식들이 효성으로 메워드려야 한다. 자식이 어렸을 때 부모가 사랑으로 성장시켜주셨듯이, 부모가 노약해지면 자식이 돌봐 드려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맹자는 “리더가 노인과 어린이를 내 가족처럼 대하면 천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쉽게 이끌어 갈 수 있다(老吾老 幼吾幼 天下可運於掌).”고 했다. 리더십의 핵심은 팔로어의 마음을 얻는 데 있고, 마음을 얻는 지름길은 리더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참모습’에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이런 점에서 리더 계층의 효인식 전환과 함께 효실천이 요구된다. 효가 뒷받침된 노인복지를 시행할 때 비로소 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출산장려, 윤리질서 확립 등을 해결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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